같은 날 태어난 회사들 — 설립일이 겹치는 날을 전부 세어봤어요
상장사 2,650곳의 설립일을 쭉 늘어놓고 겹치는 날짜를 세어봤어요. 놀랍게도 상당히 많이 겹쳐요. 두 곳 이상 겹치는 날짜만 세어도 240개가 나오고, 4곳 이상 몰린 날짜도 9개예요.
가장 많이 겹친 날은 2017년 4월 3일, 6곳이에요. 이 날은 사연이 뚜렷해서 따로 글로 정리해뒀어요 — 현대중공업이 회사를 넷으로 쪼갠 날과 카카오페이가 분사한 날이 우연히 겹친 케이스예요.
이번 글에서는 그다음으로 많이 겹친 날들, 2000년의 세 날짜를 봐요. 각각 다섯 회사씩 태어났어요.
이 세 날짜의 삼주(연·월·일 여섯 글자)도 엔진으로 뽑아봤어요. 2000년 1월 11일은 기묘정축무진(대표 기운 흙), 3월 15일은 경진기묘임신(대표 기운 쇠), 7월 26일은 경진계미을유(대표 기운 흙)예요. 각 날짜마다 다섯 회사가 이 여섯 글자를 똑같이 나눠 갖고 있는 거예요.
2000년 1월 11일 — 5곳
| 회사 | 시장 | 업종 |
|---|---|---|
| 한화시스템 | 코스피 | 전자부품 제조업 |
| 텔코웨어 | 코스피 | 인터넷 정보매개 서비스업 |
| NICE인프라 | 코스닥 | 기타 사업지원 서비스업 |
| 에스코넥 | 코스닥 | 통신 및 방송 장비 제조업 |
| 유비온 | 코스닥 |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|
2000년 3월 15일 — 5곳
| 회사 | 시장 | 업종 |
|---|---|---|
| 제이에스링크 | 코스닥 |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|
| 나노신소재 | 코스닥 | 기타 화학제품 제조업 |
| 엠로 | 코스닥 |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|
| 진바이오텍 | 코스닥 | 산업용 농·축산물 및 동·식물 도매업 |
| 팜스빌 | 코스닥 | 기타 식품 제조업 |
2000년 7월 26일 — 5곳
| 회사 | 시장 | 업종 |
|---|---|---|
| SAMG엔터 | 코스닥 | 영화·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업 |
| 비엠티 | 코스닥 | 일반 목적용 기계 제조업 |
| 파이오링크 | 코스닥 | 통신 및 방송 장비 제조업 |
| 사이냅소프트 | 코스닥 |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|
| 레이저옵텍 | 코스닥 | 의료용 기기 제조업 |
세 날짜 다 업종이 제각각이에요. 전자부품, 화학, 소프트웨어, 의료기기가 한 날짜에 섞여 있죠. 설립일은 사업 내용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어요.
왜 이렇게 몰릴까요
2017년 4월 3일은 분할·분사라는 이유가 공시로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. 그런데 2000년의 이 세 날짜는 사정이 달라요. 15곳 각자 별개의 회사고, 이들을 하나로 묶는 지주사나 모기업 관계가 확인되지 않아요.
다만 짐작할 수 있는 배경은 있어요. 2000년은 이 유니버스에서 설립 회사가 637곳으로 가장 많았던 연대(2000년대)의 첫해예요. 코스닥이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고 창업이 몰리던 시기라, 특정 날짜에 여러 회사가 동시에 법인 등기를 낼 확률 자체가 다른 해보다 높았을 거예요. 다만 이건 정황이지 확정된 이유는 아니에요 — 공시 원문까지 하나하나 대조하지 않는 이상 “왜 하필 그날”까지는 단정하기 어려워요.
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공통점은 있어요. 세 날짜 모두 코스닥 회사가 대부분이거나 전부라는 점이에요. 2000년 1월 11일은 코스피 두 곳(한화시스템, 텔코웨어)을 빼면 코스닥이고, 3월 15일과 7월 26일은 다섯 곳 전부 코스닥이에요.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준비하던 회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법인을 새로 세우거나 정비했을 가능성은 있지만, 이것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표를 보고 떠올린 정황일 뿐이에요.
같은 날 태어났다는 것의 의미
사주는 태어난 날짜로만 정해져요. 그래서 이 15곳처럼 설립일이 완전히 같은 회사는 삼주(연·월·일) 여섯 글자가 전부 같고, 궁합 점수도 항상 똑같아요. 왜 동점이 이렇게 자주 나오는지는 따로 정리한 글에 있어요.
재미있는 건, 사주가 같다고 회사의 성격이 같아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. 위 표만 봐도 업종이 다 다르잖아요. IT 회사와 식품 회사가 같은 사주를 가질 수 있고, 그럼 오늘의 궁합에서는 나란히 같은 점수로 묶여요. 규모나 성장 속도는 완전히 다른데도요.
사람도 그래요.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가 아니어도, 생년월일이 같은 두 사람은 사주가 같지만 살아온 길은 완전히 다르잖아요. 사주는 태어난 순간의 기운을 읽는 것이지, 그 뒤의 선택까지 대신 정해주는 게 아니라서요. 회사도 다르지 않아요.
내 생일과 같은 날 태어난 회사가 있을까요
여기서 소개한 15곳 말고도 4곳 이상 겹치는 날짜가 다섯 개 더 있어요. 혹시 내 생일과 겹치는 회사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내 사주에서 생년월일을 넣어보면 돼요. 사람의 생일과 회사의 설립일은 같은 방식으로 사주가 나오니까, 재수 좋으면 나와 사주가 똑같은 회사를 만날 수도 있어요. 정확히 같은 날 태어난 회사가 없더라도, 일진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회사는 늘 있어요 — 그게 오늘의 궁합이 매일 바뀌는 이유이기도 하고요.
설립일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(DART) 기준이에요. 업종명은 줄여 적었어요. 재미로 보는 콘텐츠이고 투자 판단의 근거가 아닙니다.